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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재정민주주의] 원가보전율과 수익자부담이라는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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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모두씨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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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요금을 어떻게 볼 것인가?(2) : 원가보전율과 수익자부담이라는 기만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수익자부담의 원칙은 지불능력의 원칙과 더불어 조세정책의 기본적인 원리로 이야기 된다. 기본적으로 수직적 형평성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지불능력의 원칙은 능력에 따른 조세부담의 전가와 함께 재정지출의 재분배 측면에 주목을 한다. 따라서 계획과 통제에 효과적인 정부의 능력에 기대는 속성이 있다. 반면 수익자부담의 원칙은 정부와 납세자인 시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고, 특히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수탈로서의 조세가 아니라 인정과 수용을 기반한 납부로서 조세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으로 설명된다(이준구, 재정학, 2016). 


행정학의 관점에서 보면 동일 서비스에 동일 비용이라는 측면으로서 ‘똑같은 부담을 진다’는 원칙으로 설명하지만, 애초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강조했고 공공경제학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간주되는 빅셀Wicksell의 논의는 단순히 부담을 누가 지는가라는 일면적인 측면을 강조하지 않았다. 빅셀이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강조했던 것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선택이 통치권자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민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였다. 그러니까 공공서비스의 공급에 대한 결정은 개인의 사적인 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집단의 결정을 통해서,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을 통해서 개인들의 효용 극대화가 보장될 수 있는가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재정민주주의의 원칙 하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차별의 수단으로 전락한 ‘수익자 부담의 원칙’


서울시가 대중교통요금 인상을 하면서 내세우는 원리 중 하나가 바로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고, 이에 동의하는 교통공학자들이나 사업자 단체에서 모두 금과옥조처럼 떠드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수익자 부담의 원칙은 수익자가 ‘모든 비용을 낸다’는 비용 전가의 원칙이 아니라, 오히려 그 부담의 적정성을 시민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더 본질적으로는 공공서비스의 제공과 부담이 일방적으로 전가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정부는 조세를 통해서 만들어진 재정을 통해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떤 공공서비스의 경우에는 개인이 부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세를 통해서 공급하고, 어떤 공공서비스의 경우에는 부분적으로 해당 비용을 직접적인 부담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가용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도로를 생각해보자. 만약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적용된다면 해당 도로는 당연히 사용 빈도에 따라 사용료를 내는 것이 타당하다. 과거와 같이 징수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크다면 모르겠지만 현재와 같이 CCTV를 통한 번호판의 자동인식이 가능한 기술 하에서 수익자 부담의 원칙은 좀 더 손쉽게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러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서울시가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적용하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라는 것은 지극히 선택적이다. 무엇보다 빅셀이 강조했던 재정민주주의의 원칙 하에 시민들의 집단적 결정을 통해서 재정의 부담과 개별 시민들의 부담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는 원리는 아예 배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서울시는 이번 대중교통요금 인상을 앞두고 시민설문조사나 지불가능 수준에 대한 의향 조사 등 어떤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시가 말하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라는 것은 공공재정의 원칙이라기 보다는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의 가격 결정 과정에 가깝다. 하지만 문제는 대중교통이라는 공공서비스는 시장 내의 경쟁 구조에 놓인 것이 아니라 사실상 독점재로서 공급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하나의 노선에 하나의 업체만 영업하도록 한 면허제도 기반의 버스 운영체계나 사실상 지하철의 운영을 독점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의 운영체계는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선택지를 구조적으로 제한한다. 즉 선택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대중교통이 아니면 자가용을 타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교통수단 간의 상이한 부담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고 이 대안을 그대로 수용해보자. 


만약 서울시가 대중교통요금에 대해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가, 대중교통의 대안적인 선택지로서 자가용 교통이라는 수단이 존재하고 이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결정 하에 있다고 본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도로는 비좁게 될 것이고 상대적으로 교통체증이 늘어나며 골목에는 주차하는 차량으로 가득 메워질 것이다. 연료를 태워서 발생하는 오염과 더불어 고무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비산물질은 공기질을 나쁘게 할 것이고 교통사고의 빈도는 높아질 것이다. 서울시가 이것을 ‘개인 선택의 자유’로 여긴다면, 서울시는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인 원인자 부담의 원칙을 간과하는 것이 된다. 


정부는 공공서비스의 특정한 편익에 대한 부담을 부과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도 그것에 대한 반대급부를 징수할 의무가 있다. 이를 통해서 특정한 이익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특정한 피해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부담을 지울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가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강조할 때 그것의 반대 급부로서 자가용 이용자에 대한 원인자 부담의 원칙을 함께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편향된 것이다. 


간단히 보면 공정하지 못한 것이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무능한 것에 가깝고 의도를 고려한다면 차별적인 것이 된다. 우선 서울시민들의 이동에 대한 선택이 대중교통과 개인교통 이용이라는 양자가 있다고 해보자. 구태여 서울시가 기후위기 대응이니 도시의 밀도 관리니, 공기질 관리니 하는 선진적인 수요관리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서울시는 이미 2022년 부터 성과계획서 상의 성과지표로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라는 핵심지표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울시가 말한 바대로 수익자 부담의 원칙과 원인자 부담의 원칙이 공정하게 적용되는지만 따져 보자. 


수익자 부담과 원인자 부담의 균형


2019년 부터 기존의 주차장 규격이 늘어났다. 주차장 폭이 2.3미터 였던 것이 2.5미터로 늘어났으며 확장형 주차장 기준으로 보면 기존 12.75제곱미터에서 13.52제곱미터로 커졌다. 단순히 주차면만 커진 것이 아니라 차량의 통행로도 함께 넓어져야 하니 전체적인 건설 비용은 늘었다. 이렇게 주차장 규격이 바뀐 이유는 기준 차량을 SUV와 같은 대형 차량에 맞췄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단위 면적이 커졌으니 기존보다 조성 가능한 주차장 면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주차장 건설비용 뿐만 아니라 관리비용에 있어서도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주차 요금이 인상되었을까? 애당초 공공주차장은 요금을 국공유지의 임대 기준인 공시지가에 연동시키지 않는다. 실제로 서울시의 주차장 요금은 2001년 부터 지금까지 한 차례의 급지 조정만 있었을 뿐 주차장요금의 조정이 없었다. 당연히 민간위탁을 할 경우, 민간사업자에게 해당 토지의 기회비용에 준하는 부담을 지우지도 않는다. 2018년 서울시는 민자사업으로 건설된 우면산 터널의 통행료를 2033년까지 동결하기로 했다. 당연히 민간사업자의 입장에선 늘어나는 관리비용과 더불어 시설물의 유지관리를 위한 감가상각을 고려해 적정 시기마다 인상해야 했다. 서울시는 이 비용을 공공재정을 통해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 서울시의회에는 거의 유일한 혼잡통행료의 재원인 남산터널 통행료를 무료로 하는 조례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런 상황을 보면 서울시가 말하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라는 것이 ‘상호 경쟁적인 교통수단으로서 대중교통과 개인교통 간’에 이렇게 차별적으로 적용되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여기에 원인자 부담의 원칙을 고려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과연 현행 자가용 이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징수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교통유발과 관련한 부담금인 교통유발부담금의 경우에는 전체 징수 대상의 30% 가까이가 수요관리계획을 통해서 감면혜택을 보고 있지만, 정작 해당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절반은 계획 대비 실적이 달성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서울특별시(2022), 도시교통정비 기본계획). 당연히 도로 교통을 유발하는 대규모 상업시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제대로 걷히고 있지 못한 것이다. 자가용 이용에 따른 공기의 오염이나 교통체증의 비용이 제대로 걷혀진다면 현재 자가용 이용자들은 각종 세금과 보험료로 현재 납부하는 것의 3배 이상은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1인당 탄소배출량을 환산하면 그 비용은 더욱 늘어나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인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대중교통요금 인상의 당연한 원칙으로 말하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은 편향적이고 차별적이다. 적어도 원인자 부담의 원칙과 종합적으로 검토되지 않는 서울시 교통정책 하에서, 교통요금에만 적용되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은 편의적 근거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교통 이용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인 편익 같은 것? 말할 틈이 없다. 


어떻게 결정하는 원가보전율인가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을 말하면서 매번 강조하는 것이 교통요금에 대한 상대적 비교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이와 같은 논리는 이미 비교 대상의 도시들이 정기권 할인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반박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여 옮기는 언론보도의 게으름이다.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은 한달 이상의 정기권에 대해서는 30%에서 최대 50%에 달하는 정기권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정기권에 대상별 추가 할인이 포함되는 요금구조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런던시민이라면, 파리시민이라면 1회권 기준으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권 기준으로 부담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 해당 도시의 교통기관들이 벌어들이는 요금 수입이 된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끝끝내 이런 현실을 무시한다(여기에 덧붙여 각 도시의 최저임금 등 부담가능성에 주목한 교통부담 수준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런 요구를 할 수준이 못되는 것이 비극이다).


그런데 재정적으로 보면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원가보전율이라는 개념이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대중교통의 원가보전율을 75%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75%라는 기준의 정체가 뭔지 알 수가 없다. 해외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대중교통 운영비용에 있어서 교통요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에서 60% 수준을 보인다. 그나마 높은 곳이 영국 런던이고 대부분 30% 대를 보이는 곳이 미국의 도시들이다. 


실제로 2022년에 뉴욕시의 교통기관인 MTA가 내놓은 재정계획을 보면, 향후 5년 간의 수요 변화에 따른 요금 수입의 변동을 상수로 놓고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서 다양한 재원구조를 어떻게 동원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 이를테면 유료 터널의 통행료를 인상한다던가, 신설 교통수단으로 인해 인상된 토지가의 일부를 조세로 환원하든지 하는 수단들이 동원된다. 그러니까 해외의 주요도시들에게 원가보전율은 요금 수입이 차지는 비율의 의미에 불과하다. 


당연히 정책적으로 대중교통 수요를 늘리고자 하지만 이것은 수입의 증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도시 정책 자체가 자가용 교통에서 대중교통으로 수단 전환을 한다는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대중교통 활성화니 모달 쉬프트니 하는 정책목표는 둘째 치고 원가보전율이라는 것을 요금 인상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한심한 기준이냐면, 서울시 공무원 수를 자체 세입의 10%, 20%로 잡아서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수는 서울시가 하는 행정서비스의 규모와 질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듯이 대중교통 요금도 서울시의 대중교통 활성화 및 수요전환 정책의 필요성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원가보전율 목표라는 건 정책적 목표가 아예 배제된 수익 기준에 불과하다. 


공적인 성격을 지닌 서비스의 비용 문제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통해 조세와 재정 지출에 있어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고자 했던 빅셀의 의도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서울시는 자신들이 결정한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와 자료들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1조 2천억원에 달한다는 지하철 적자의 구체적인 발생원인과 내용이 뭔지를 공개하지 않는다. 6천억원에 달하는 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재정지원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검증되는지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편으로는 조세 납부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교통 이용자인 시민들에게 얼마큼의 부담을 지는 것이 타당한지 묻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시가 말하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라는 말이 너무나 가벼워 보인다. 애당초 재정민주주의 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그 원칙의 적용에 있어서 갖춰야 할 균형 감각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끝)


* 본 칼럼은 나라살림연구소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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