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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칼럼

지자체 금고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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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모두씨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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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대한민국의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듯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에너지는 국민의 세금입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정부를 유지·관리하고 시장원리로 할 수 없는 공공적인 미션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거둔 돈은 어디다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일까요. 대한민국 정부의 예산은 어디다 보관하는 것일까요?  청와대나 기재부 어딘가에 대형금고를 설치해서 보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랬다가는 사고가 나겠지요. 그리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돈은 활용하는 것이 관리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묻어두는 것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600조를 넘어서는 예산과 700조원이 넘는 공기업의 예산 등 수천 조원의 정부 및 공공기관의 돈이 금융기관을 통해 순환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식 국고금 수납기관은 한국은행입니다. 한국은행은 통화를 발행하고 은행의 은행을 겸하고 있지만 정부의 금고로서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에 대해 대출해 주기도 하고 맡긴 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기능도 합니다. 


그러면 300조가 넘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어디에 보관할까요? 지방자치단체는 각각의 금고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신한은행, 경기도는 농협 등 지자체마다 지정된 금융기관들이 금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23년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 현황(지방재정 365)에 공개된 것처럼 현재는 농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점차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이 지자체 금고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2018년에 있었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서울시 금고대첩(?)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자산이 600조가 넘는 서울시의 금고는 103년 동안 우리은행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까지 참여한 치열한 쟁탈전 끝에 협력사업비 1천억원을 제시한 신한은행이 최종적인 승자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3-4년마다 있는 지자체의 금고재계약 때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행안부에서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침을 만들어 배포까지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행안부의 개입은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사고가 안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과열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이를 통해 더 많은 재정수입이 있다면 좋을 일일텐데 관료적인 발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지자체 금고유치에 나서는 것은 금고 선정이 되면 이익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입니다. 각종 정부 교부금과 지방세, 기금 등을 예치받고, 세출과 교부금 등의 출납 업무로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최근 잉여금과 기금이 90조를 넘어서면서 지자체들의 평균 잔액이 100조 원 대를 훨씬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기금을 제외하고는 이자도 거의 없습니다. 


극히 적은 액수의 협력사업비를 출연하고서 생색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겨울철마다 있는 서울시청앞 스케이트장이 협력사업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일반시민들이 잘 모르는 또 하나의 공공영역인 금고에 대해 연구소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지자체 금고의 약정 이자율과 전국기금의 현황에 대한 보고서도 발표했습니다.([나라살림 보고서] FY2022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 공공예금이자수입 현황


이 보고서를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여윳돈을 106조 원 맡기는데, 136개 지방자치단체의 이자수입은 0%대입니다. 시중금리가 평균 1.69%p 상승하는 동안 지자체 금고 금리 0.29%p 상승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입을 거둔 광주 광산구는  2.85%이고 가장 낮은 대구 달성군은 0.38%입니다. 거의 7배가 차이가 남니다. 1천억 원을 예치하고 있다고 치면 28억과 3억원의 차이입니다. 


이 수십억원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더군다나 예적금 형태로 보관하지 않는 여유재원도 많습니다. ([나라살림 보고서] FY2022 전국 지방자치단체 여유재원 현황) 이 돈 중에는 보통예금으로 이자가 거의 없는 돈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금리 공개를 절대 거부하는 은행, 관리감독하지 않는 정부, 주민 이익보다 은행의 영업기밀 앞세우는 정보 비공개로 일관하는 지자체의 3자 합작으로 유지되는 카르텔입니다. 


저희가 이런 보고서를 내면 조회수가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항의들이 들어옵니다. 실제와 다르다고 항변하면서도 입증할 자료는 아무 것도 내놓지 않습니다.  금고 운영을 위해서는 투명성이 우선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평잔 및 이자수입 세입 처리 현황 공개, 금고 관련 관리감독 및 통합공시 등이 의무화되어야합니다. 


주인은 실제로 운용하고 이익을 가져가는 사람입니다. 금고의 주인은 맡겨놓은 지자체가 아니라 위탁받은 대리인 즉 금융기관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마치 세금을 낸 국민들이 주인이 아니라 대리인인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주인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중앙정부는 결산을 통해 어떤 기관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고 이익을 내는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국민연금수익률이 얼마인지, 어느 기업에 주식을 얼마나 사는지 등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국민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자체는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기준이 다른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그런데 글을 쓰다 화가 나는 것은 제 성격탓일까요.


모르면 무능하고 알면 부패카르텔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이슈가 되지는 않겠지만 다음 국회에서는 반드시 금고관리에 관한 내용 공개를 입법하여 재정의 효율성도 높이고, 부패의 가능성도 줄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희 연구소는 계속 보고서로 문제를 밝힐 것입니다. 국민들이 아는 만큼 느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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